[경기신문=유희근 기자]

"똑똑...괜찮으신가요?" 고시원 방문을 두두리는 사람들

계양구정신건강복지센터 '노크온' 사업

1~3평 미만의 한 사람 정도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 형태의 비좁고 환기나 채광이 원활하지 않은 곳. 소음, 화재, 범죄 문제에 취약한데다 고립감과 답답함, 우울, 무기력함이라는 주로 부정적인 감정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 곳. 우리 사회 주거 최저선, ‘고시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고시원은 과거 사법고시 등 고시준비생들의 최소한의 주거 공간 겸 학습 공간을 일컫는 곳이었으나, 현재는 쪽방, 여관 여인숙 등의 숙박시설 등과 함께 저소득층의 임시 주거 시설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고시원은 공식 법적 용어나 주택 유형은 아니나 오피스텔, 기숙사, 노인복지주택 등과 함께 준주택으로 분류된다. 즉, 주택은 아니나 주거용으로 활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이다.

소방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고시원은 약 1만1800개로(2016년 기준) 수도권에 있는 고시원 비율이 80%를 넘는다. 인천 지역에는 약 630여개로 비슷한 인구수를 가지고 있는 부산(326개)이나 대구(392개)보다 2배 가량 많다. 일자리가 많은 곳을 찾아 주로 일용직 노동자 등이 거처하는 특성 때문이다.

최근 인천 계양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국 정신건강증진기관 745개소 중 우수기관에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2회 연속 보건복지부 사업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또한 센터의 정신건강 프로젝트 노크온(‘Knock on’)사업이 복지부가 주관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우수사례 및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정신건강 증진 사업 발전과 차별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프로그램으로 뽑혔다.

노크온 사업은 전국 최초로 고시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신건강 보건사업이다. 관내 협약된 고시원을 대상으로 혈액, 소변검사, X-ray, 신체 검사와 함께 정신건강 상담을 실시한다. 고시원 업주와 관계자, 동 행정복지센터 사례관리자와 협력해 검진과 심층면담을 실시하며 우울증과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대상자는 치료 연계와 관리를 진행한다.

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계양구로부터 민간위탁을 받아 구민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복지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주로 자살사고자, 자살시도자에 대응해 자살 예방 사업과 함께 유족의 애도 과정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센터장인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를 비롯해 정신건강전문요원,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됐다.

다음은 센터 노크온 사업과 관련해 집중사례재활팀 이승남 팀장과 자살예방팀 조대석 팀장과 주고받은 일문일답.

노크온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관내 자살미수사건 등이 발생하면 경찰 등 유관기관의 연락을 받아 같이 센터도 같이 출동하게 되는데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6년 그 해 유독 고시원에서 자살사건이 많았다. 청장년 자살율이 높아 고민하고 있었던 차에 소외되기 쉬운 고시원을 중심으로 자살예방사업을 기획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시작하게 됐다.

관내 고시원은 총 몇 곳이고 현재 몇 개 고시원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지

인천소방본부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내 고시원은 총 70여 곳으로 파악된다. 처음에는 6곳으로 시작했다가 최근 14곳으로 늘었다. 고시원은 적은 곳은 30실에서 많은 곳은 70실 정도고 평균 40명 정도가 거주한다. 주로 40-50대 남성 일용직 근로자가 많다.

노크온 상담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센터와 협약을 맺은 고시원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해당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씩 개별 동의를 받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가 테스트 등을 통해 고위험자가 나오면 면담을 진행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원하면 센터에 정식 등록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사회복지사와 함께 간호사가 동행해 혈액, 소변검사 등 신체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용직 근로를 하거나 또는 무직인 사람들이 많은데 기초생활비 등 다양한 공적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다른 공공기관과 연결, 안내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고위험군이 많은지, 상담 업무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불안, 우울, 중독 문제 등에 고위험군이 많은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타인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다른 상담 업무 보다 힘든 점은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통해 마음을 열고 상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두드리는 수 밖에 없다.

이승남 팀장에게 노크온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일용직 근로를 하다 낙상으로 허리 다쳐 일을 전혀 못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친인척도 없고 자녀와도 단절된 상태로 고시원에 홀로 거주하고 있었는데 실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연탄과 수면제 등을 모아두기까지 한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 통해 점점 나아지셨고 열심히 자활근로도 하셔서 고시원에서 나가셨습니다. 기관에서 도움을 받은 덕분에 다시 힘을 얻어 살아 갈 수 있게 됐다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습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고시원을 운영하시는 분 중 고시원 환경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려하시는 분들이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업이 점차 알려지면서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고시원 운영자를 대상으로 게이트키퍼 교육을 통해 시설 내 자살 징후자가 보이면 센터에 연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역 내 다른 군·구 센터에서 노크온 사업에 관심을 갖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계양구는 이 같은 자살예방사업을 통해 자살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 명 당 인천시 전체 자살율은 25.9%에 비해 구는 22.9%로 3%p 낮았다. 이는 2018년과 대비해도 4.1% 감소한 수치다.

구는 또한 심리적 안정감을 높임으로써 정신질환 만성화를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가족교육과 자조모임 등 가족지원사업이 그 일환이다.

아울러 노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하고자 관내 경로당 이용 노인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노인우울증과 정신건강문제를 조기발견하고,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경로당과 노인대학을 중심으로 정신질환 예방교육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정미 구 정신건강팀장은 “‘주민들의 행복한 삶, 건강한 사회 구축’을 모토로 구민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며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의 문제가 생기기 쉬운 시기인 만큼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출처: "똑똑…괜찮으신가요?" 고시원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kgnews.co.kr)